
김선영은 19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‘그의 어머니‘ 기자간담회에서 거듭 ‘공부’를 말했다.
그저께 아침 8시가 돼서야 겨우 눈을 붙인 김선영은 “정말 열심히 했다”고 강조했다. “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울 게 없어요. 잇몸이 부어서 흔들릴 정도예요. 임플란트까지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.”
밤을 꼬박 새운 건 그가 맡은 역할 때문이다. 오는 4월 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‘그의 어머니‘는 세 여성을 강간한 미성년자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다. 김선영이 바로 ‘그 어머니’를 연기한다.
그는 처음에는 어머니가 아들을 향해 느낄 ‘증오’에 집중했다.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감정의 이면에 숨겨진 좌절, 슬픔, 비참함이 보이기 시작했다. “아들을 향한 하늘을 찌를 듯한 증오가 담긴 대사를 연습했어요. 상대 배우도 나도 상처받았죠. 그런데 고민이 됐어요. 증오가 정말 주제일까. 인간 대 인간의 증오가 아니다. 엄마가 아들을 향해 ‘너를 증오한다.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’라고 말하더라도 그 밑에는 엄마의 좌절, 슬픔이 깔려 있는데 너무 증오에만 집중했던 거예요.”
‘그의 어머니’를 향한 탐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. “오늘도 후반부 대사를 보면서 ‘이 마음이 아니었는데, 이렇게 하고 있었네. 어떡하나’ 생각했어요.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. 하룻밤에 여자 3명을 강간한 미성년자 아들을 둔 잘나가는 엄마. 이 여자가 겪는 갈등, 아들을 향한 마음, 연민, ‘내가 잘못 키웠나’ 하는 죄책감, 혹은 숨겨진 비밀이 있지 않을까. 세상을 향한 억울함 등 아마 몇 페이지에 달하는 감정과 생각이 있을 거예요.”
김선영이 이 역할을 계속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‘그의 어머니’라는 인물이 너무나도 비호감이란 점이다. 그럼에도 그는 ‘공감’을 말했다. “연습을 시작하고 일주일 됐을 때 이 역할이 비호감이란 것을 (뒤늦게) 알고 너무 놀랐어요. 그러나 작가는 어떤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. 기가 막히면서도 ‘그럴 수밖에 없겠다’는 공감도 일으켜야 하는 거죠. 아이가 큰 실수를 하면 (엄마의) 마음속엔 죄책감이 있어야 하는데, 이 역을 하면서 죄책감이 안 든다는 걸 얼마 전에야 깨달았어요. 아마도 이불 속에서 혼자 있을 때 (죄책감이) 소용돌이치지 않을까. 이런 장면이 없지만 적어도 이를 생각하려고 해요.”
김선영이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선 배경에도 ‘공부’가 자리한다.
“연극은 반복해서 베스트를 뽑아내야 해요. 그러려면 그 인물을 단단하게 공부해야 하죠. 폭풍이 휘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가지려면 무대에서 훈련해야 하고요. 그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최근 2~3년간 해왔는데, 기가 막히게 작년 7월에 ‘그의 어머니’ 대본이 (제 앞에) 왔네요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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